News Article on Hyun Song Shin, Professor at Princeton and KCCP Founding Member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도 G20을 통해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25일 뉴욕에서 거시적 관점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에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의 새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국내 도입을 앞두고 있는 ‘거시건전성 부담금(은행세)’엔 ‘신현송세’란 별명이 붙어 있다.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프린스턴대 신현송 교수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단기 외채를 늘리면 이에 비례해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1998년 외환위기의 진원지였던 은행 단기외채를 억제하려는 조치다.

세계 각국 금융당국도 이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로 나온 접근법인 ‘거시건전(Macroprudential) 정책’을 실제로 적용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국제금융규제센터(ICFR)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주최한 국제 논문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그의 논문도 이를 다뤘다.

신 교수는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새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이 주관하는 ‘미국 통화정책 포럼(USMPF)’에서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한 거시건전 정책의 원칙’이란 논문에서 그는 은행 살생부를 만드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미시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살피는 거시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았다. 논문 준비 중인 그를 프린스턴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거시건전 정책이 기존 접근법과 다른 점은 뭔가.

“금융위기 때마다 금융당국은 개별 은행의 부실 감당 능력만 따졌다. 대표적인 잣대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다. 이 비율에만 집착하다 보니 은행으로선 부실을 줄이기 위해 대출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다시 경기 침체를 불렀다. 거시건전 정책은 개별 은행만 볼 게 아니라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을 먼저 살피자는 접근법이다. BIS 비율만 따지지 말고 은행이 자기자본을 확 늘리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

-거시건전 정책이 은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뭔가.

“은행이 위기를 부르는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그 매개체가 단기부채다. 투기가 일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은행이 단기로 돈을 끌어다 거품을 일으키는 데 앞장선다. 98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은행의 단기외채 때문에 불거졌다. ”

-‘거시건전성 부담금’도 그런 관점에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 은행의 단기외채가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부담금을 물리는 거다. 금리 인상을 통해서도 은행의 단기외채를 억제할 수 있지만 여기엔 언제 금리를 올리느냐는 통화당국의 재량적 판단이 들어간다. 금리 인상은 정치적 외풍도 탄다. 이와 달리 거시건전성 부담금은 자동조절장치다. 경기가 과열되면 단기외채가 늘어나는데 이에 따라 부담금도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무역의 결제수단이나 최후의 안전자산이란 면에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계 은행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통화라는 면에서는 달러의 지위가 더 높아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은행 부문은 세계 최대 채권자다. 월가엔 160개 외국계 은행이 진출해 있다. 미국에서 단기로 달러를 빌려 유럽·아시아로 공급하는 게 이들이 하는 일이다. 2009년 말 현재 이렇게 운용된 자금이 6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위기가 터지면 이들이 가장 먼저 단기로 빌려준 달러 대출을 회수해 미국으로 되가져간다. 위기 때마다 달러 가치가 오르는 건 이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미국은 장기 국채로 달러를 조달해 단기 대출로 운용하고 있는 거다.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될 것이다.”

-한국의 전세제도에 대해서도 논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와 5년 전부터 연구해온 논문을 올여름 서울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제도는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금융제도다. 은행이 대기업에만 대출해 중소기업이나 가계가 소외됐던 60~70년대 전세가 금융 기능을 했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이다. 세입자는 집을 깔고 앉아있기 때문에 떼일 염려 없이 대출을 내준 셈이다. 은행의 공백을 전세가 메워준 것이다. 서민들이 전세금 마련에 나서면서 저축률도 높아졌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은행이 자금을 운용할 곳이 없어 고민이다. 전세의 순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앞으론 월세가 일반화할 것이다. 이에 맞춰 월세를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요즘 한국에선 저축은행이 위기다.

“저축은행도 전세와 비슷하다. 서민에게 은행 문턱이 높았을 때 저축은행이 한몫했다. 그러나 역시 돈이 넘쳐나면서 저축은행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그 바람에 저축은행이 앞다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부실을 안았다. ”

뉴욕=정경민 특파원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예측 … FRB 자문역 역임

신현송 교수는

1959년 대구에서 났다. 부친의 해외 근무로 초등학교 때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이매뉴얼고교와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했다. 88년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90년부터 옥스퍼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 후 영국 사우샘프턴대와 런던정경대(LSE)에서 교수를 한 뒤 2006년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문교수, 영국의 중앙은행 고문, 국제통화기금(IMF) 상주 학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자문역을 역임했다. 금융위기와 은행감독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를 예측하고 분석해 학계와 정책당국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신예 학자로 떠올랐다.